강아지를 오래 키우다 보면 같은 집에 사는 사람인데도 대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저희 집 비숑도 그렇습니다.
저와 와이프가 같이 키우고 똑같은 집에서 생활하는데 행동을 보면 차이가 확실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이 화장실입니다.
와이프가 화장실에 가면 비숑도 따라갑니다.
문 앞에서 기다리거나 근처에 있으려고 합니다.
보고 있으면 꼭 이런 느낌입니다.
엄마 어디 가? 내가 같이 가줄게.
그런데 제가 화장실에 가면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가든가 말든가.
정말 이런 느낌입니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같이 지낸 시간이 길어질수록 저와 와이프를 대하는 방법이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가 움직이면 어디 가는지 확인합니다
저희 비숑은 와이프가 움직이면 관심을 많이 보입니다.
방에서 나가면 어디로 가는지 보고 화장실에 가면 따라갑니다.
항상 와이프가 자기 시야 안에 있어야 마음이 편한 것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집 안에 같이 있는데도 굳이 따라다닙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와이프를 더 좋아해서 그런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계속 지켜보니 꼭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행동이 조금 달랐습니다.
와이프 옆에 있을 때는 계속 위치를 확인하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어디 있는지 알고 싶어 하고 움직이면 같이 움직입니다.
반대로 저는 방에서 나가도 별 관심이 없습니다.
제가 화장실을 가든 다른 방으로 가든 자기 할 일을 합니다.
같은 강아지인데 사람에 따라서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잠잘 때는 아빠 옆에서 더 편해 보입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잘 때입니다.
저와 함께 있을 때는 정말 편하게 잡니다.
배를 하늘로 완전히 내놓고 누워서 자기도 합니다.
다리를 벌리고 세상 편한 자세로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저한테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건지, 오히려 너무 편해서 그런 건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반대로 와이프 옆에서 잘 때는 자세가 다릅니다.
다리 근처나 머리 쪽에 붙어서 웅크리고 자는 경우가 많습니다.
완전히 몸을 풀고 자는 모습보다는 와이프 가까이에 붙어 있으려고 하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저희끼리는 농담으로 이야기합니다.
엄마 옆에서는 자면서도 지켜줘야 하고 아빠 옆에서는 자기가 보호받는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요.
물론 강아지에게 직접 물어볼 수 없으니 저희끼리 하는 해석일 뿐입니다.
저한테는 조금 더 긴장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키워보면서 느낀 또 하나의 차이는 저희 비숑이 저를 대할 때와 와이프를 대할 때의 반응입니다.
저한테는 조금 더 긴장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목소리가 낮아서 그런 것인지 체격 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어릴 때부터 만들어진 관계 때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잘못한 일이 있을 때도 저와 와이프에게 보이는 반응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강아지가 남자를 여자보다 무서워하나?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강아지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가족과 쌓아온 경험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같은 남성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여성에게 더 조심스럽게 반응하는 강아지도 있을 겁니다.
저희 비숑이 저희 부부에게 보이는 행동을 모든 강아지에게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엄마를 더 좋아하고 아빠를 덜 좋아하는 걸까?
처음에는 저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와이프는 화장실까지 따라가면서 저는 왜 안 따라오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잠자는 모습을 보면 또 생각이 달라집니다.
저와 있을 때는 배를 완전히 내놓고 세상 편하게 잡니다.
제가 움직여도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꼭 누군가를 더 좋아하고 덜 좋아하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게 됐습니다.
오히려 가족 구성원마다 강아지가 기대하는 것이 다른 것 아닐까 싶습니다.
한 사람은 계속 따라다니고 싶은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 옆에서는 굳이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것 역시 저희 비숑을 오랫동안 지켜본 보호자로서의 생각이지 강아지의 마음을 정확하게 안다는 뜻은 아닙니다.
강아지를 오래 키우면 이런 차이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강아지를 처음 키울 때는 밥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 산책은 얼마나 해야 하는지 같은 것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누구의 발소리에 먼저 반응하는지, 누구 옆에서 어떤 자세로 자는지, 가족 중 누가 움직였을 때 따라가는지 같은 아주 작은 행동입니다.
저희 비숑에게 와이프는 항상 어디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화장실도 따라갑니다.
반대로 저는 없어져도 별로 찾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 옆에서 잘 때는 배를 하늘로 내놓고 정말 편하게 잡니다.
그래서 이제는 화장실을 안 따라와도 서운하지 않습니다.
아빠는 알아서 잘 다녀오겠지.
그 정도로 믿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강아지가 가족마다 다르게 행동한다면 누굴 더 좋아하는지만 비교하기보다 평소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한번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같은 집에서 매일 같이 살고 있는데도 사람마다 완전히 다른 관계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