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산책은 얼마나 걸어야 할까요?
30분은 걸어야 한다거나 하루에 몇 키로미터 정도는 걸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봅니다.
운동도 시키고 살도 빼야 하니 산책을 많이 걷는 시간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산책은 강아지가 즐겁고 신나게 시간을 보내면서 스트레스도 풀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멀리 걸었는지보다 얼마나 즐겁게 다녀왔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물론 운동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희 집에서 산책은 단순히 운동을 시키는 시간이 아닙니다.
말티즈와 비숑은 산책하는 방법부터 달랐습니다
저희는 말티즈와 비숑을 함께 키웠습니다.
지금은 말티즈가 떠나고 비숑만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두 아이는 산책하는 모습부터 상당히 달랐습니다.
말티즈는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렇다고 여기저기 냄새를 맡거나 오래 걷는 것을 특별히 좋아하는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안겨 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밖에 나가는 것은 좋은데 직접 걷는 것보다는 사람 품에 안겨서 구경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반면 비숑은 다릅니다.
저희 비숑은 수컷인데, 정말 여기저기 냄새를 맡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떤 장소에서는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멈춰서 한참 동안 킁킁거립니다.
말티즈와는 완전히 다른 산책 스타일입니다.
수컷이라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강아지마다 성향이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집에서 같은 보호자와 살았는데도 이렇게 다르니 산책 방법도 각자에게 맞춰주는 것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저희는 산책을 다이어트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강아지와 산책을 나가면 많이 걸어야 운동이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희도 강아지에게 적절한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번 산책을 나갈 때마다 오늘은 꼭 어느정도 거리를 걸어야 한다거나 몇 분 안에 어디까지 다녀와야 한다는 목표를 정하지 않습니다.
특히 비숑과 산책할 때는 더 그렇습니다.
아이가 냄새를 맡고 싶어 하면 어느 정도 기다려줍니다.
한 장소에서 킁킁거리느라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려도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사람 기준에서는 몇 분 동안 제자리에서 서 있는 것이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비숑은 상당히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그 시간이 아이에게 즐거운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책을 다녀왔는데 얼마나 걸었는지만 확인하면 이런 시간은 아무 의미 없는 시간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에게는 그 시간도 산책입니다.
다른 강아지들이 다니는 곳을 좋아합니다
저희 비숑은 다른 강아지들이 자주 다니는 산책로도 좋아합니다.
공원이나 아파트 주변 산책길처럼 여러 강아지가 지나가는 곳입니다.
다른 강아지가 남긴 냄새가 궁금한 것인지 유난히 집중해서 냄새를 맡습니다.
가끔은 꼬리가 아래로 내려갈 정도로 집중합니다.
물론 꼬리를 내리는 행동이 무조건 집중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불안하거나 긴장했을 때도 그럴 수 있으니 몸 전체의 모습을 함께 봐야겠지요.
저희 비숑은 그런 장소에서 냄새를 맡고 주변을 살피는 시간을 꽤 즐기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무조건 한적하고 아무것도 없는 길만 찾아다니지는 않습니다.
다른 강아지들이 다녀간 흔적이 많은 장소도 종종 찾아갑니다.
다만 다른 강아지의 배설물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질에 코를 너무 가까이 대거나 핥지 않도록 살피고 있습니다. 그리고 좀 심하다 싶으면 하네스를 당깁니다.
냄새 맡는 것은 좋지만 위생이나 안전까지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요.
같은 산책길만 다니면 조금 재미없어하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산책하면서 신경 쓰는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장소입니다.
아파트에서 생활하다 보면 산책하는 길이 비슷해지기 쉽습니다.
집에서 나와 단지를 한 바퀴 돌고 늘 가던 길을 걷다가 돌아옵니다.
편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저희 비숑은 가끔 새로운 장소에 갔을 때 훨씬 신나 보입니다.
평소에 지나가던 길에서는 그냥 걷던 아이가 처음 가는 장소에서는 냄새를 맡느라 바빠집니다.
그래서 저희는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산책하기 괜찮은 장소가 있으면 내려서 걷기도 합니다.
꼭 유명한 반려견 공원일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 가보는 동네나 산책하기 좋은 길이면 충분합니다.
새로운 냄새를 맡고 주변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즐거워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도 매일 같은 곳만 다니다가 새로운 곳에 가면 기분이 달라지지 않습니까.
저희는 강아지도 자기 방식대로 새로운 장소를 경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펫로스 이후에는 새로운 산책길을 더 많이 찾았습니다
말티즈가 떠난 뒤 비숑에게 변화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좋아하던 산책을 거부했습니다.
밖에 나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저희도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억지로 많이 걷게 하기보다는 산책 장소를 바꿔보기 시작했습니다.
두 아이가 항상 함께 다니던 길이 아니라 처음 가보는 곳으로 데려갔습니다.
어떤 날은 조금만 걷고 돌아왔고, 어떤 날은 냄새를 맡고 싶어 하는 만큼 기다려줬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산책을 다시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변화가 전부 새로운 산책길 덕분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지켜봤을 때 새로운 장소에서 냄새를 맡는 시간은 비숑이 다시 산책을 즐기도록 도와준 경험 중 하나였습니다.
지금도 새로운 산책길을 찾아주는 습관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산책을 다녀오면 사람도 즐겁습니다
사실 이렇게 산책하다 보면 저희도 재미있습니다.
강아지가 어느 장소에서 멈추는지, 무엇이 그렇게 궁금한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입니다.
가끔은 사람이 생각한 방향으로 가지 않고 전혀 다른 곳에서 한참 냄새를 맡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매번 강아지가 원하는 대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차가 다니거나 위험한 장소에서는 당연히 사람이 통제합니다.
하지만 안전한 곳이라면 조금 느리게 걸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산책은 운동을 얼마나 했는지보다 강아지가 얼마나 재미있어했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강아지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저희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결국 같이 즐기는 시간이 됩니다.
저희에게 좋은 산책은 많이 걷는 산책이 아닙니다
강아지마다 필요한 운동량은 다릅니다.
체중 관리가 필요한 강아지도 있고 충분히 걷고 뛰어야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래서 냄새만 맡게 하면 운동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모든 산책을 운동량으로만 평가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말티즈는 밖에 나가는 것은 좋아했지만 안겨 있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비숑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새로운 냄새를 맡는 것을 좋아합니다.
같은 강아지라고 산책을 즐기는 방법까지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저희는 비숑과 산책할 때 많이 걷는 것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익숙한 아파트 산책로를 걷고, 때로는 차를 타고 새로운 곳에 가서 처음 맡는 냄새를 실컷 맡게 해줍니다.
한참 동안 한자리에서 킁킁거려도 기다려줍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산책은 그런 시간입니다.
많이 걸어서 좋은 산책이 아니라 강아지가 즐거워해서 좋은 산책.
비숑이 신나게 냄새를 맡고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면 오늘도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도 즐겁고 비숑도 즐겁습니다.
지금은 그 정도면 충분히 좋은 산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록 저희 비숑은 다이어트 사료와 두부, 양배추를 먹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