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한 달 후, 우리는 극복 중이고 남은 비숑은 건방져지고 있습니다

말티즈 아이가 떠난 지 이제 한 달 정도가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집 안에서 아이가 있던 자리만 봐도 생각이 났습니다.

같이 살던 비숑도 이상했습니다.

8년 가까이 함께 지냈으니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처음 며칠은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 같다가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좋아하던 산책을 싫어하기 시작했습니다.

밖에 나가도 5분 정도 지나면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비숑도 뭔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때는 저희도 힘들었고 비숑도 평소와 달랐습니다.

그런데 한 달 정도가 지난 지금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저희 부부는 조금씩 극복하고 있고 비숑은 점점 건방져지고 있습니다.

좋은 의미로요.

저희는 나름대로 아이를 보내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저희 부부에게는 다행히 기다리고 있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내년 1월이면 딸이 태어납니다.

그래서 저희끼리는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떠난 말티즈가 워낙 약은 아이였으니 딸로 오고 싶어서 조금 급하게 먼저 간 것 아니냐고요.

물론 정말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희가 아이를 떠나보낸 뒤 슬픔을 받아들이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마음이 편해질 때가 있습니다.

11년을 같이 살았던 강아지가 어느 날 집에서 사라졌는데 한두 달 만에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계속 슬퍼하기만 할 수도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진을 봐도 처음처럼 무너지기보다는 같이 있었을 때 있었던 웃긴 일들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게 저희도 적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7kg 비숑의 표정이 점점 달라집니다

사람은 아직 적응하고 있는데 비숑에게는 다른 변화가 생겼습니다.

뭔가 행복에 젖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말티즈는 2kg대였습니다.

비숑은 7kg 정도이니 몸집만 보면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같이 살 때는 이상하게 7kg 비숑이 2kg 말티즈에게 치이고 살았습니다.

말티즈가 성격이 확실했습니다.

자기 자리도 분명했고 먹는 것도 좋아했고 마음에 안 들면 표현도 확실한 아이였습니다.

덩치는 비숑이 훨씬 큰데 집 안의 서열만 보면 반대로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말티즈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그 사실을 비숑도 힘들어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한 달 정도 지난 지금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억압 받아오던 긴 세월 이제 이 집이 전부 내 건가?

그런 느낌입니다.

산책을 거부하던 아이가 이제 샤우팅을 합니다

처음에는 산책을 나가기 싫어했습니다.

평소 산책을 정말 좋아했던 아이라 저희도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매일 똑같은 길을 억지로 걷게 하지 않았습니다.

하루 쉬기도 하고 기존에 두 아이가 같이 다니던 길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장소로 데려가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냄새를 맡게 하고 혼자 하는 산책도 재미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요.

샤우팅을 합니다.

뭔가 요구사항이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쳐다보는 표정부터

간식 내놔.

하는 느낌입니다.

예전보다 자기 의사 표현도 확실해졌습니다.

처음 산책을 거부하던 모습 때문에 저희가 새로운 장소를 계속 찾아다니면서 배려해줬더니 산책의 질이 갑자기 높아졌습니다.

비숑 입장에서는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혼자가 되니까 산책 코스가 더 좋아졌는데? 대접이 좋아졌는데?

저희는 아직도 배려하고 있는데 본인은 상당히 만족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집의 모든 공간이 자기 공간입니다

말티즈가 있을 때는 둘이 사용하는 공간이 어느 정도 나뉘어 있었습니다.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닌데 각자 좋아하는 자리도 달랐습니다.

자동급식기를 사용했을 때도 말티즈가 먼저 먹고 비숑이 뒤에서 구경할 정도였습니다.

카시트에서도 그랬습니다.

말티즈가 함께 있을 때 비숑은 카시트에 몸을 편하게 누이지 못하고 스키스루 쪽으로 들어가 있곤 했습니다.

덩치는 훨씬 큰 아이가 작은 말티즈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카시트에 아주 당당하게 눕습니다.

몸을 쭉 펴고 자기 자리처럼 사용합니다.

사실 이제 자기 자리 맞습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디를 가든 경쟁자가 없습니다.

간식도 자기 것, 카시트도 자기 것, 사람도 두 명 모두 자기 것입니다.

한동안 우울해 보였던 아이가 조금씩 원래 모습을 찾는 것을 넘어 뭔가 더 당당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요즘 비숑에게 농담처럼 이야기합니다.

너 요즘 좀 건방져졌다?

사람이 느끼는 펫로스와 강아지가 느끼는 변화는 다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비숑의 행동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저희와 똑같이 슬퍼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같이 살던 강아지가 갑자기 사라졌으니 비숑에게도 분명 큰 환경 변화였을 겁니다.

하지만 그 아이가 정확히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는 저희가 알 수 없습니다.

처음 산책을 거부했던 것이 정말 슬픔 때문이었는지, 생활환경이 갑자기 달라져서였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좋아 보인다고 해서 ‘이제 펫로스를 극복했다’고 단정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냥 저희가 한 달 동안 옆에서 지켜본 변화입니다.

처음에는 산책도 싫다고 하던 아이가 다시 산책을 좋아하게 됐고, 간식을 요구하고,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편하게 잠을 잡니다.

그 정도면 저희에게는 충분히 좋은 변화입니다.

저희도 조금씩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사람에게도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가족이나 친지, 친구의 죽음과 반려동물의 죽음을 똑같은 방식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에게 말티즈는 분명 가족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희 역시 이별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조금씩 찾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없다는 사실 자체가 크게 느껴졌다면 지금은 함께했던 11년을 더 많이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한다고 미안해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계속 슬퍼하고 있어야만 아이를 많이 사랑했던 것은 아닐 테니까요.

저희는 내년 1월에 태어날 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끔은 먼저 떠난 약은 말티즈가 어떻게든 다시 우리 집으로 오려고 조금 서둘러 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웃기도 합니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희 부부가 아이를 좋은 기억으로 남기는 방법 중 하나니까요.

한 달이 지나니 우리는 극복 중이고 비숑은 건방져지고 있습니다

한 달 전에는 이런 글을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때는 남아 있는 비숑이 산책을 거부하는 것만으로도 걱정됐습니다.

지금은 산책을 나가자고 하고 간식을 달라고 하고 카시트를 혼자 차지합니다.

2kg대 말티즈에게 항상 치이던 7kg 비숑에게 갑자기 모든 것이 생겼습니다.

집 전체가 자기 공간이고 카시트도 자기 것이고 간식도 경쟁자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사람 두 명의 관심을 혼자 받습니다.

처음에는 저희도 비숑도 서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것 같습니다.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조금씩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말티즈 이야기를 하면서 웃는 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비숑은 새로운 산책길에서 냄새를 맡고, 카시트 한가운데 누워 있고, 간식을 내놓으라고 샤우팅합니다.

둘 다 잘 극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한쪽은 추억을 정리하면서 극복하고 있고,

한쪽은 점점 건방져지는 방법으로 극복하고 있습니다.

저희 집은 지금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