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저희 집에는 말티즈와 비숑, 두 마리의 강아지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말티즈는 처음부터 건강이 좋은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펫샵에서 지내던 아이였는데 5개월이 될 때까지 가족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매일 그 앞을 지나다니면서 보다가 결국 저희가 데려오게 됐습니다.
함께 살면서 참 병원도 많이 다녔습니다.
말티즈답게 자기 기분도 확실했습니다. 목욕해서 기분이 나쁘거나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침대부터 여기저기 오줌을 싸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속상했던 행동들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아이의 성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11년을 함께 살다가 어느 날 조용히 자면서 떠났습니다.
그리고 저희와 함께 남은 비숑에게 조금씩 이상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산책을 그렇게 좋아하던 비숑이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두 아이는 약 8년을 함께 지냈습니다.
처음 하루 이틀 정도는 비숑에게 특별한 변화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누나가 잠깐 어디갔나? 이제 내세상인데?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밥도 먹고 간식도 잘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했던 것은 산책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산책을 정말 좋아하던 아이인데 밖에 나간 지 5분도 되지 않아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산책을 즐기는 모습도 아니었고 새로운 냄새를 맡으면서 돌아다니는 모습도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그냥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저희가 슬퍼하고 있으니 그런 감정이나 시선이 강아지에게 전달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저희는 떠난 아이에 대해 말을 참지 않고 더 많이 말을 했습니다. 참는것보다 더 말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에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괜히 짠하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저희가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와 같은 행동도 다르게 받아들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산책할 때 보이는 변화만큼은 분명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산책을 갑자기 싫어하기 시작했으니까요.
매일 산책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버렸습니다
처음 바꾼 것은 1일 1산책이었습니다.
매일 산책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평소처럼 데리고 나가려고 했는데 아이가 싫어하는데 굳이 계속 나가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아예 산책을 쉬었습니다.
집에서는 같이 사용하던 이불과 카펫도 전부 세탁했습니다. 로봇청소기도 이때 정말 많은 일을 했습니다.
말티즈의 냄새를 무조건 없애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 행동은 아니었습니다. 집 안의 환경을 한번 정리하면서 저희도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과정에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다음 산책부터 방법을 조금 바꿔봤습니다.
두 아이가 함께 다니지 않았던 새로운 곳으로 가봤습니다
하루를 쉬고 다음날에는 평소 산책하던 길로 가지 않았습니다.
두 아이와 함께 다녔던 추억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장소를 찾아갔습니다.
결과는 생각보다 달랐습니다.
새로운 장소에 가니 처음 맡아보는 냄새가 많아서인지 여기저기 냄새를 맡으면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다니던 길에서 빨리 집에 가려고 했던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그래서 이후부터는 산책 장소를 일부러 섞었습니다.
하루는 쉬고, 다음에는 새로운 장소를 갑니다. 그다음에는 원래 다니던 익숙한 길을 걷고, 다음 산책에서는 다시 한 번 가보지 않았던 곳을 찾아갔습니다.
무리해서 오래 걷게 하지도 않았습니다.
저희가 원했던 것은 운동량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혼자 하는 산책도 다시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조금씩 새로운 냄새에 관심을 보이고 주변을 둘러보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새로운 강아지를 데려오는 것도 고민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희도 많이 찾아봤습니다.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제미나이나 챗GTP 같은 AI를 통해 해외 자료부터 관련 내용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새로운 동생을 데려와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데려오지 않았습니다.
저희도 새로운 강아지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비숑이 정말 새로운 동생을 원하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강아지를 찾아보면서 저희가 자꾸 떠난 말티즈와 비슷한 아이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때 멈췄습니다.
강아지도 평소와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저희 역시 펫로스를 겪고 있었습니다.
떠난 아이와 비슷한 강아지를 찾아서 빈자리를 채우려고 하는 것이 지금 저희에게 맞는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강아지를 데려오는 대신 지금 함께 있는 비숑과 다시 일상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혼자 하는 산책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솔직히 간식은 예전보다 조금 더 주게 됐습니다.
괜히 마음이 쓰이다 보니 하나라도 더 챙겨주게 됩니다. 다만 간식으로 모든 행동을 달래려고 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산책입니다.
처음에는 밖에 나간 지 5분도 되지 않아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지금은 혼자 하는 산책도 조금씩 괜찮아진 것 같습니다.
완전히 이전과 똑같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저희도 아직 적응하고 있고 비숑도 자기 방식으로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산책을 싫어하는 날에는 억지로 오래 걷게 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장소에 관심을 보이면 충분히 냄새를 맡게 해주고, 익숙한 장소를 좋아하는 날에는 원래 다니던 길을 걷습니다.
저희가 해본 방법 중에서는 쉬는 날을 만들어주는 것, 새로운 산책 장소를 찾아가는 것, 익숙한 산책길과 새로운 장소를 번갈아 가는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모든 행동 변화를 펫로스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한 가지는 꼭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살던 강아지가 떠난 시점과 남아있는 강아지의 행동 변화가 겹쳤다고 해서 모든 원인을 펫로스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산책을 갑자기 거부하거나 식욕이 떨어지고, 잠자는 시간이 크게 늘거나 구토, 설사, 통증 같은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건강상의 문제가 없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평소와 다른 행동이 계속되거나 상태가 심해진다면 단순히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다리기보다는 동물병원에서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비숑의 경우 밥과 간식은 잘 먹었고 특히 산책에서 큰 변화가 보였기 때문에 아이의 반응을 살피면서 생활 패턴을 조금씩 바꿔봤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습니다.
남아있는 강아지도, 사람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에는 비숑만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해 보니 저희도 똑같았습니다.
11년을 함께했던 아이가 갑자기 사라졌고, 8년 동안 같이 생활했던 비숑 역시 하루아침에 혼자 남았습니다.
누가 더 힘든지 비교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빨리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것보다 새로운 일상에 천천히 익숙해지도록 기다려주기로 했습니다.
지금도 그 과정은 진행 중입니다.
혹시 함께 키우던 강아지를 떠나보낸 뒤 남아있는 아이가 갑자기 산책을 거부하거나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 저희처럼 산책을 하루 쉬어보거나, 평소 함께 다니던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소에서 천천히 냄새를 맡게 해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저희 가족과 비숑이 직접 겪고 있는 경험입니다.
모든 강아지가 같은 방식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저희는 억지로 예전 생활로 돌려놓으려고 했을 때보다 아이의 속도에 맞춰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주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